[이혼의 경제학칼럼](13) 시아버지와 며느리의 결혼이 합법? 한국과 독일 근친혼 금지 차이

작성자: 박은석 변호사

목차

  1. [핵심 요약]
  2. 1. 대한민국 민법이 규정하는 근친혼의 촘촘한 그물망
  3. 2. 독일의 파격적인 법률: "직계 인척의 혼인은 금지되지 않는다"
  4. 3. 시아버지와 며느리가 결혼할 수 있는 이유
  5. 4. 왜 이런 거대한 법적·문화적 차이가 발생할까?
  6. 5. 변화의 바람: 한국의 근친혼 범위 축소 논의
  7. 6. 맺음말: 시대와 호흡하는 신분법의 미래
  8. ⚖️ 작성자 소개: 포항 이혼 전문 변호사 박은석

[핵심 요약]

한국의 법제: 8촌 이내 혈족 및 6촌 이내 인척 간의 혼인을 엄격히 금지하며, 전통적 가문 질서와 윤리를 중시합니다.
독일의 법제: 철저한 실용주의와 개인의 자유를 바탕으로 직계혈족 및 방계 형제자매만 제한하며, 피가 섞이지 않은 ‘직계 인척(예: 시아버지와 전 며느리)’ 간의 혼인은 전면 허용합니다.
최근 트렌드: 한국 역시 최근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및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교조적 전통 수호보다는 국민의 실질적인 권리 구제와 혼인의 자유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신분법의 패러다임이 이동하고 있습니다.

인류 역사상 모든 문화권에는 각자의 사회적 상식과 윤리를 유지하기 위한 일련의 금기(Taboo)가 존재해 왔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민감하면서도 엄격하게 다루어지는 영역이 바로 ‘근친혼’입니다. 혈연적으로 너무 가까운 사람끼리의 결합을 제한함으로써 유전학적인 질환을 예방하고, 가족 내부의 질서와 윤리를 지키기 위함입니다.

그런데 이 근친혼을 금지하는 ‘범위’를 놓고 보면, 국가와 문화권마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거대한 법률적 온도 차이가 존재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명절에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칠 법한 친척과의 결혼도 법적으로 엄격히 금지되는 반면, 유럽의 법률 선진국인 독일에서는 우리의 정서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관계의 결혼까지 허용되기도 합니다. (조은희, 「혼인무효ㆍ취소에 대한 검토와 독일 민법이 주는 시사점」, 250-252면, 264-265면)

1. 대한민국 민법이 규정하는 근친혼의 촘촘한 그물망

우리나라의 근친혼 금지 제도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그 범위가 매우 넓고 촘촘하게 짜여 있습니다. 대한민국 민법 제809조는 혼인이 금지되는 친족의 범위를 다음과 같이 광범위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조은희, 「혼인무효ㆍ취소에 대한 검토와 독일 민법이 주는 시사점」, 264-265면)

8촌 이내의 혈족 : 부모와 자식, 형제자매는 물론이고 고모, 이모, 삼촌을 넘어 가계도를 한참 그려 나가야 하는 8촌 관계에 이르기까지 혈연관계가 있다면 누구와도 결혼할 수 없습니다.

6촌 이내의 인척: 혈연이 섞이지 않았더라도 결혼을 통해 맺어진 친척 관계(인척) 역시 넓은 범위로 제한됩니다. 6촌 이내의 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6촌 이내의 혈족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한국의 “혼인 금지 범위”가 과거부터 지금까지 한 번에 고정되어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대표적으로 헌법재판소는 동성동본 혼인금지에 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며(헌법재판소 ​1997. 7. 16​ 선고 95헌가6 등 전원합의체 결정), 전통·윤리만으로 광범위한 혼인 제한을 정당화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을 분명히 드러낸 바 있습니다. (

만약 이러한 법적 제한을 위반하고 혼인신고를 감행할 경우, 우리 민법 제815조 제2호에 따라 해당 결혼은 장래를 향해 깨지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아무런 효력이 없는 당연무효’로 처리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바로 이 지점(“금지 자체”와 “위반 시 전부 당연무효 처리”가 같은 강도로 가야 하는가)을 두고, 헌법재판소는 최근 중요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헌법재판소는 ​민법 제809조 제1항(8촌 이내 혈족 금혼)​ 자체는 합헌으로 보면서도, 이를 위반한 혼인을 일률적으로 무효로 하는 ​민법 제815조 제2호​에 대해서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했습니다(헌법재판소 ​2022. 10. 27​ 선고 2018헌바115 전원합의체 결정).

과거 ‘동성동본 금혼 제도’의 전통적 유교 윤리를 강하게 계승한 우리나라는 친족 공동체의 유대감과 가문 내의 서열, 윤리적 질서를 극도로 중시해 왔기 때문에 이토록 넓은 금지 구역을 유지해 왔습니다. (조은희, 「혼인무효ㆍ취소에 대한 검토와 독일 민법이 주는 시사점」, 264-265면)

2. 독일의 파격적인 법률: “직계 인척의 혼인은 금지되지 않는다”

독일의 가사 법률 제도는 대한민국과 달리 ‘쌍방 출석주의’와 ‘신분공무원 집행주의’를 철저하게 고수하고 있습니다. 독일 민법(BGB)이 바라보는 근친혼의 세계는 한국에 비해 놀라울 정도로 범위가 축소되어 있으며, 철저하게 실용주의적 시각을 취합니다. (조은희, 「혼인무효ㆍ취소에 대한 검토와 독일 민법이 주는 시사점」, 250-252면)

독일 민법 제1307조에 규정된 근친혼 금지 대상은 오직 두 가지 부류로 엄격하게 압축됩니다. (조은희, 「혼인무효ㆍ취소에 대한 검토와 독일 민법이 주는 시사점」, 250-252면)

직계친족(Lineal Consanguinity): 부모와 자녀, 조부모와 손자녀처럼 수직적으로 이어지는 혈연관계입니다.

방계 형제자매(Siblings): 아버지가 같고 어머니가 다르거나, 어머니가 같고 아버지가 다른 전혈·반혈 형제자매 간입니다.

3. 시아버지와 며느리가 결혼할 수 있는 이유

여기서 가장 충격적인 대목이 등장합니다. 독일 법제상 과거에는 중혼이나 근친혼 등이 무효혼 사유로 널리 통용되었으나, 현대에 이르러 우생학적 근거나 현대 사회의 핵가족화 경향에 맞추어 그 범위를 대폭 칼질하기 시작했습니다. 유럽의 법 제도가 개정되면서, 독일 민법은 피가 섞이지 않은 ‘직계 인척관계’ 간의 혼인 금지 조항을 완전히 삭제하였습니다. 인척이란 결혼을 통해 형성된 사돈 관계를 뜻하므로, 유전학적인 질환(우생학적 위험)을 발생시킬 우려가 전혀 없다는 과학적 판단이 우선시된 것입니다. (조은희, 「혼인무효ㆍ취소에 대한 검토와 독일 민법이 주는 시사점」, 247면, 250-252면)

3.1. 독일 법률이 바라보는 가상의 시나리오

아들이 아내와 결혼하여 살다가 불의의 사고나 이혼으로 부부 관계가 완전히 해소되었습니다. 이후 홀로 남은 전 며느리와 시아버지가 서로 사랑에 빠져 법적으로 결혼하겠다고 신분관청(Standesamt)을 찾아간다면 어떻게 될까요? 한국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불륜이자 반윤리적 행위로 지탄받겠지만, 독일 법원은 두 사람 사이에 혈연적 연관성이 전혀 없고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이므로 이를 합법적인 결혼으로 수리해 줍니다. 계부와 의붓딸, 사위와 장모의 관계 역시 마찬가지로 법률상 혼인이 금지되지 않습니다. (조은희, 「혼인무효ㆍ취소에 대한 검토와 독일 민법이 주는 시사점」, 248면, 250-252면)

4. 왜 이런 거대한 법적·문화적 차이가 발생할까?

한국과 독일이 근친혼을 바라보는 시각이 이토록 극단적으로 갈라지는 이유는, 결혼이라는 제도의 본질을 무엇으로 정의하느냐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문화적 역사성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법제는 여전히 결혼을 당사자 개인 간의 결합을 넘어 ‘집안과 집안의 만남’이자 ‘가족 공동체의 확장’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반면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사회의 기본 단위를 철저히 개인으로 보며, 헌법이 보장하는 최고의 가치 중 하나인 ‘개인의 혼인의 자유와 행복추구권’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법률을 진화시켜 왔습니다. 유전적 문제가 발생하는 직계 혈족이 아니라면, 인위적인 법률적 그물망으로 성인 남녀의 자발적인 사랑과 선택을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는 사상이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입니다. (조은희, 「혼인무효ㆍ취소에 대한 검토와 독일 민법이 주는 시사점」, 250-252면, 264-265면)

5. 변화의 바람: 한국의 근친혼 범위 축소 논의

그러나 우리나라도 언제까지고 과거의 넓은 금혼 범위를 고집할 수만은 없는 변곡점에 직면해 있습니다. 현대 사회로 접어들면서 대가족 중심의 친족 유대감은 급격히 약화되었고, 일가친척이라 할지라도 명절 때조차 얼굴을 보지 못하는 8촌이나 6촌 인척 관계가 부지기수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여 학계와 법조계에서는 한국의 지나치게 넓은 근친혼 무효 조항이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행복추구권과 혼인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외국의 수많은 입법례들이 3촌에서 4촌 이내의 근친으로 금지 범위를 대폭 제한하는 추세와 비교할 때, 우리 법제가 지나치게 낙후되어 있다는 지적입니다. (조은희, 「혼인무효ㆍ취소에 대한 검토와 독일 민법이 주는 시사점」, 264-265면)

최근 대한민국 사법부의 전반적인 분위기 역시 이러한 시대적 변화와 국민의 실질적인 권리 구제를 반영하여 점차 전향적으로 변모해 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신분 관계의 형식이나 교조적인 전통 법리를 고수하며 소송의 문턱을 높였던 반면,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20므15896) 등에서는 이미 이혼한 관계라 할지라도 잘못된 혼인의 기록을 바로잡기 위한 무효 확인의 소송상의 이익을 널리 인정해 주는 등, 형식보다 국민 개개인이 겪는 실질적인 불이익과 권리 구제를 우선시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법부의 시각 변화는 향후 시대착오적인 근친혼 금지 범위를 합리적으로 재조정하는 입법적 논의에도 커다란 불씨를 지필 것으로 전망됩니다. (조은희, 「혼인무효ㆍ취소에 대한 검토와 독일 민법이 주는 시사점」, 264-265면; 권오상, 「이혼 후 혼인무효 확인의 소에서의 확인의 이익」, 263-268면)

6. 맺음말: 시대와 호흡하는 신분법의 미래

“시아버지와 며느리의 결혼”이라는 다소 자극적인 독일의 법률 사례는, 우리에게 법이 지켜야 하는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깊이 있게 고민하게 만듭니다. 누군가에게는 가문의 뼈대를 무너뜨리는 상상 초월의 불경함으로 보이겠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국가가 사적인 영역에 불필요하게 개입하지 않는 성숙한 개인의 자유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족을 정의하는 방식과 결혼에 대한 가치관은 고정불변의 진리가 아니라, 사회 구성원들의 상식과 시대의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생물과도 같습니다. 우리의 신분법 역시 무조건적인 전통 윤리의 고수나 급진적인 서구 제도의 모방에 그치기보다는, 변화한 현대 한국 사회의 가족 실태와 국민들의 법 감정에 발맞추어 가장 합리적이고 따뜻한 경계선을 다시 그려 나가야 할 때입니다. (조은희, 「혼인무효ㆍ취소에 대한 검토와 독일 민법이 주는 시사점」, 245-246면, 264-265면; 권오상, 「이혼 후 혼인무효 확인의 소에서의 확인의 이익」, 266-268면)

Q1. 한국에서 8촌 이내의 친척과 결혼하면 무조건 처음부터 무효가 되나요?

A1. 과거 민법 제815조 제2호에 따르면 8촌 이내 근친혼은 예외 없이 ‘당연무효’였습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2022년 해당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2018헌바115)을 선고했습니다. 8촌 이내 금혼 규정 자체는 합헌이지만, 이를 위반했다고 해서 일률적으로 혼인을 무효화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취지입니다. 현재는 단순 무효 처리를 넘어 국민의 혼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Q2. 독일에서는 왜 시아버지와 전 며느리의 결혼 같은 파격적인 관계를 허용하나요?

A2. 독일 민법은 혼인 제한의 기준을 ‘가문의 윤리’보다 ‘우생학적 위험(유전질환 예방)’과 ‘개인의 자유’에 둡니다. 시아버지와 며느리는 결혼으로 맺어진 ‘인척’일 뿐 혈연관계가 아니므로 유전학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혼인 관계가 완전히 해소(이혼 또는 사별)된 상태라면, 성인 남녀의 자발적인 선택과 행복추구권을 국가가 법으로 막을 수 없다는 사상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 작성자 소개: 포항 이혼 전문 변호사 박은석

“이혼을 권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시작하신다면 상대에겐 분명한 책임을, 당신에겐 합당한 실익을 약속합니다.”

결혼을 ‘합병’으로, 이혼을 ‘청산’으로 바라보는 경제학적 통찰을 바탕으로 의뢰인의 정당한 몫을 찾아드리는 가사법 전문가입니다. 감정 소모를 넘어, 데이터와 정교한 실익 분석을 통해 새로운 삶을 위한 합리적인 자원 재분배 솔루션을 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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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핵심 자격: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이혼 전문 변호사 & 도산 전문 변호사
  • 실무 경력: 13년 경력의 가사 소송 및 재산분할 실익 분석 전문가
  • 전문 철학: 칼럼 및 가사법 콘텐츠 ‘이혼의 경제학’ 시리즈 연재 중
  • 소속 안내: 시엘로(CielLaw)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2026년 8월 포항 개업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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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석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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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적 통찰로 실익을 증명하는 포항 이혼전문, 도산전문 박은석 변호사입니다.